책 제목이 무척이나 당돌하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이미 이 책 제목을 읽고 있다면 당연히 인간일텐데, 불안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특징이 나에게 없거나 결여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 책을 들었다. 2006년 3월, 옥스퍼드 대학 국제생물의학센터가 영국 왕립 과학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심포지움의 제목이고, 당시 심포지움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12가지의 인간 특징에 대한 전문가들의 강연을 묶은 책이다.
당신은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만드는가? 라는 질문에 무엇을 제시할 것인가? 도구, 사회성, 언어, 종교.... 일반 상식 수준에서 이야기되는 이와 같은 예들이, 실제로 전문가들이 다루는 "그 무엇들"이다. 전문가라면 좀 더 참신한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기대에 어울리는 것은 12장에서 제시되는 요리뿐이다. 그것도, 요리라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존재하고 있어, 진화적으로 요리가 인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대비되는 3가지 가설을 제시하기만 한다. 결국, 대부분의 "그 무엇"은 조금은 식상한 내용들이다. 결국 전문가들이 인간의 특징으로 선택한 것들이도구, 심층적 사회성(벌, 개미들의 사회에서의 사회성도 무척이나 특징적이기에 이 책에서는 인간의 사회성을 그들의 사회성과 구분하기 위해서, 심층적 사회성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매우 적절해 보인다), 언어, 종교들인데, 문제는 이 책에서 해당 주제에 대해 강연하는 내용의깊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누구나 생갈할 수 있는 것들을 깊이있게 풀어서 강연해 주는 내용을 책으로 읽고 있으니, 나도 인간의 하나라는 소속감마저 생길 정도이다. 당연히 인간인데 말이다.
인간이라 불릴 수 있는 종, 즉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유인원 및 영장류들을 대비해 가면서, 최신 DNA 분석 결과나고고학 증거들을 이용하여 진행하는 대부분의 강연은 전혀 지루하지않으며, 도킨스의 밈에 의한문화의발전과, 이를 인간의 특징 중 하나로 규정하는 수전 블랙모어의강연은 특색이 있을 정도이다.인간의 종교마저도과학적으로, 즉 진화론적으로 해석하고 강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12장중에 2장을 담당한 신학 전문가들의 내용만이 나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종교를 인간의 특징이라 부르는데 반대하지는않지만, 인간의 역사에 존재해 온 2000여 가지 신들 중에,현대 서구사회의 예수나 하나님 위주로만 인간의 특징을 설명한다는 것은 옳을 확률이 200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 확률 낮은 논조로만 들릴 뿐이다. 좀 더 종교의 개념을 확장하여 인간의 특징으로 이야기되어야 할 턴데 (실제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렇게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였지만) 신학자 2분만은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공허한 강연을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층적 사회성이나 요리에 대한 신선한 논조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해 온 과정인, 장구한 역사를 과학자들이 최대한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 줄 만하다.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인류가 되었는지를, 과연 우리가 알아 낼 수 있을까? 심지어, 알아 낸 사실들을 검증할 수 있을까? 다행히, 현대 과학의 놀라운 발전은, 이와 같은 의문들이 계속 존재할 확률을 극적으로 줄여 주고 있고, 그와 같은 과정의 최신 이론들을 집대성 (2분의 신학자들은 제외하고)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광범위한 주제로 인간의 의미와 특성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고찰의 분야는 인류학, 생물학, 생화학, 언어학, 철학, 뇌과학, 신경과학, 의학, 종교, 기술과학 등 다양하다. 참여한 필진은 이탈리아, 뉴질랜드, 영국, 미국의 교수, 과학자, 연구가, 학자 등이다. 각 필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명확하고 과학적인 성과를 근거로 인간의 근본 요소를 설명했다. 특히 진화론적 관점에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과 유인원이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한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이 흥미롭고 날카로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양하다. 이 책에 실린 12편의 글이 제시하고 있는 인간의 특징은 종교적 의미의 인간의 영혼, 말하기, 모방, 요리,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 인과적 믿음, 상징성, 내적 호기심과 알고자하는 욕구, 정신적 시간 여행,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들이다. 이 특징들은 모두 인지 능력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으며, 높은 수준의 언어와 문화 전승이 바로 이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인간다운 요소가 무엇이며, 인간이 오랜 세월을 거쳐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또한 도구의 사용이 어떻게 기술과 과학으로 발전하고, 언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 종교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으며 어떠한 논리로 현재에 이르렀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일러두기
서문: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 월터 보드머
1장: 모방 - 수전 블랙모어
2장: 기억, 시간, 언어 - 마이클 코벌리스, 토머스 서든도프
3장: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 - 로빈 던바
4장: 원시인류와 언어 - 마우리치오 젠틸루치, 마이클 코벌리스
5장: 반(半)은 유인원 반은 천사 - 리처드 해리스
6장: 비유물론자의 관점에서 본 물질적 사실들 - 데이비드 흄
7장: 우리의 조상과 기후 - 스티븐 오펜하이머
8장: 호기심과 탐구 - 찰스 파스테르나크
9장: 인간의 진화와 인간의 조건 - 이언 태터솔
10장: 인간 본성의 진화와 심층적 사회성 - 앤드루 휘튼
11장: 인과적 믿음 - 루이스 월퍼트
12장: 요리의 수수께끼 - 리처드 랭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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