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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병환자들


자기의 건강에 대하여 필요 이상으로 염려하는 상태. 백과사전이 ‘심기증’에 대해 정의한 방식이다.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니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심기증 환자는 ‘나는 병에 걸려 있다’는 지울 수 없는 관념을 지녔고, 아주 사소한 이상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주의를 기울인 결과 심신상태의 이상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우가 잦다고. 실제로 신경증이나 조울증 등의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하니 마음으로만 앓는 여느 병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정신질환이 그러하듯 심기증 또한 나에게는 낯설게 느껴졌다. 내 주위에서 심기증을 앓는 사람도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혹 있더라도 자신이 심기증 환자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이가 누가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보편적인 질병은 아니지 싶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도 유명인들 중에서 이 낯설기만 한 질환으로 고통 받은 이들을 끄집어냈다. 마르셀 프루스트에서부터 앤드 워홀까지, 이제는 영면에 들어간 이들이 저자의 부름에 따라 소풍과는 거리가 멀었을 자신의 생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어가 됐건 신체 증상을 호소했다는 것과 그 정도가 심각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라해라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몸이 아픈 사람이 어디 세상에 한둘이겠는가. 극심한 신체의 고통을 수반하는 질병을 앓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일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심기증 환자라 일컫는 까닭은 이들의 신체 증상이 몸 아닌 마음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일 것이다. 널리 알려진 인물인 나이팅게일의 경우 크림 전쟁 도중 그녀가 보여준 헌신적인 간호로 위인의 반열에 등극할 수 있었다. 누구나 끔찍한 상황에 반복 노출될 경우 트라우마를 얻게 되는데 그녀라고 예외일 순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 트라우마 상황이 그녀에게 뚜렷한 존재감 부여라는 족적을 남겼다는 데 있다. 저자는 그녀가 희생과 헌신에 중독됐다는 평가를 했다. 전쟁에서 돌아와 그녀가 보여준 행보는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칩거야 주목받지 않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을 터이고 그간 쉼 없이 살아온 데 따른 일종의 보상으로 해석해도 괜찮다. 문제는 칩거 상황에서 그녀가 분명 아팠다는 사실이다. ‘정상’을 넘어선 듯한 쇠약을 호소하던 그녀가 자신이 돌볼 존재가 생겼을 땐 놀라울 정도로 생기를 찾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스스로를 헌신과 희생의 아이콘으로 못 박은 듯 그녀는 자신이 지닌 모든 에너지를 남을 돌보는 데에 쏟아 붓는다. 글렌 굴드에게선 강박증적 성향이 읽혔다. 손가락을 이용하는 직업인 피아니스트였던 글레 굴드가 어떠한 연유로 타인과의 악수마저 거부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는 이외에도 각종 기이한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이를 테면 수차례 연주회를 취소해 사람들을 경악시키곤 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 데서 비롯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수줍음을 잘 타는 성격이었다고 하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죽했으면 긴장과 만성 불면증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바르비투르 등 다양한 약물을 복용했겠는가. 하지만 애로루트 비스킷만을, 그것도 수돗물을 받아 만든 인스턴트커피와 같이 먹었다는 대목을 읽고는 기겁하고야 말았다. 그는 분명 그것이 자신의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지닌 듯했다. 각종 영양분이 고루 포함된 캡슐을 복용하는 것으로 식사를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식의 기대는 분명 비정상적이었다. 몸을 위하는 듯했지만 실상은 무시하고 홀대한 결과는 결국 건강에 이상을 초래하고야 만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믿어왔을 그가 얼마나 큰 충격에 빠졌을지는 짐작이 간다. 누가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지 싶은 앤드 워홀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큰 콤플렉스를 지녔다. 특히 코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아 손을 대기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기에 그는 무기력으로 빠져든다. 자신이 행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행했음에도 나아진 게 전혀 없이 전부 그대로라는 독백으로부터 그가 느꼈을 좌절감이 느껴졌다. 마음도 동시에 무너졌던 건지 그는 지나치지 싶은 건강 염려증을 보인다. 막연히 병에 걸린 것 같다며 불안에 떨고, 자신이 보이는 모든 행동, 심지어 걸음걸이조차도 정말 이상해 보인다며 초조해한다. 담남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병원을 두려워한 나머지 수술을 거부한다. 병원에서 자신이 정말로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이상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다가 사망할 수도 있을까봐 그는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행위들을 격렬히 거부한다. 이즈음 되면 병적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저자는 책을 마이클 잭슨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었다. 갑자기 하늘로 떠난 팝의 황제. 그 또한 어느 순간부턴가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외모에의 변화를 겪어왔다.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발생한 사고의 치료가 원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대의학을 힘을 빌려서라도 자신의 명성과 권위를 지켜내고 싶었던 마음이 무엇보다도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심기증은 다 앓고 있다. 몸과 마음은 분명 연결돼 있고, 몸 또는 마음을 지켜내기 위한다며 다른 한쪽에 짐을 지우기도 한다. 짐의 무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땐 그나마 괜찮다. 균형을 잃는 건 순간이다. 정상과 비정상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쉽게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것.
누구나 이미 한 번쯤 맞닥뜨린 질병, 심기증!정신과 육체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한 상상병 환자 9인의 위대한 삶을 들여다보다 현대인은 항상 어딘가 아프다. 편두통, 관절 통증, 소화불량,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그러나 흔히 ‘스트레스성’이라는 수식이 붙는 각종 질병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그 증세도 다양해서 분명하게 진단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때로는 꾀병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런 증후를 ‘마음의 병’이나 ‘건강염려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의 기원이 바로 심기증 이다. 제임스 보즈웰, 샬럿 브론테, 찰스 다윈,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앨리스 제임스, 다니엘 파울 슈레버, 마르셀 프루스트, 글렌 굴드, 앤디 워홀. 이들은 모두 심기증을 앓았다. 그리고 심기증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들의 성취에 특별한 영향을 미쳤다. 상상병 환자들 은 심기증을 겪은 9인의 정신이 육체와 더불어, 그리고 육체에 맞서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고통스러운 일상 가운데서도 위대한 성취를 이뤄낸 이들의 삶은 놀랍고 흥미진진하며, 때로는 당신의 삶과 오롯이 겹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으며, 읽고 나면 가슴 한편이 뜨거워질 아홉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롤로그 내가 아프다고 했잖아 11 -심기증, 그리고 심기증 환자에 대하여1 계획을 세우고 고치는 일에 광적으로 집착한 우울증 환자, 제임스 보즈웰 332 자기 몸에 병이 있다고 생각한 신경병 환자, 샬럿 브론드 723 헛배부름을 호소하며 혼자 있고 싶어한 소화불량증 환자, 찰스 다윈 1064 희생과 헌신에 중독된 신경쇠약증 환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1365 육체의 고통이 예술의 일부라 믿은 감각과민증 환자, 앨리스 제임스 1716 여자가 되고 싶었던 망상증 환자, 다니엘 파울 슈레버 2147 약초 연기 자욱한 컴컴한 방의 천식 환자, 마르셀 프루스트 2458 손가락을 다칠까 봐 악수를 거부한 강박증 환자, 글렌 굴드 2799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린 딸기코 청년, 앤디 워홀 312에필로그 두 개로 나뉜 하나의 몸 351 - 춤추는 마이클 잭슨, 병들고 겁에 질린 마이클 잭슨감사의 말 364옮긴이의 말 366참고문헌 368

 

아일랜드의 역사

3.0 434페이지, 26줄, 33자. 양장으로 된 책이고 제목이 그럴 듯하여 빌려왔습니다. 약간은 실망인 게 주로 정치적인 것을 실어놓았네요. 전반적으로 볼 때 자료에 비례하여 할당/작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즉, 과거는 적게, 자료가 풍부판 현대는 많이. 그리고 근현대는 정치 이야기뿐입니다. 제3자가 보기엔 별 관심이 없는 정치 이야기. 처음에 TV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제작된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관성은 조금 떨어집니다. 언뜻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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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처럼 들어라

박하재홍은 2012년부터 전국을 누비며 ‘대중음악감상’의 즐거움을 전파하고, 10대에게서 ‘추천 음악’을 수집해 왔습니다. 《10대처럼 들어라》는 그가 수집한 추천 음악을 매개로 꼭 알아야 할 대중음악 상식을 알기 쉽게 전달합니다. 무엇보다 현장 에피소드가 생생해서 당장 10대와 대화를 나누기에 활용할 재료가 풍부하다는 것이 이 책의 특장점입니다. 랩으로 인문학 하기 의 저자 박하재홍이 전하는 대중음악으로 소통하는 방법 국내 처음으로 힙합 속 인문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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