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책시렁 65《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이소영 글 이유진 사진 오마이북 2017.3.28.“들어가도 돼?”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하는 말은 아니었다. 일종의 통보랄까. 이미 한 명은 물에 들어가서 바지 밑단이 젖어 있었고, 양말을 신은 아이는 벗느라 바쁠 뿐이었다. (27쪽)“오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긴 처음이야.” 교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곧 다시 나왔다. “오리가 다 가버렸어. 오리 다시 불러줘.” 그리고 다시 들어갔다. (60쪽)“동물원 가는 길에 변변한 표지판 하나 없다는 게 더 놀라웠지.” 그 동물원, 참 없는 것 천지다. 사자도 호랑이도 코끼리도 없다. 그런데도 충분했다. 볼 게 없다는 투정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곳은 동물을 구경하러 가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그냥 동물들의 보금자리였으니까. (101쪽)2013년 9월 한 달 동안 수원 행궁동 일원을 차 없는 도시로 만든 행사가 열렸다. 시에서는 그 시기 방문객 수로 이 생태교통 축제의 성공을 홍보했는데, 실상 축제의 효과는 부동산 쪽에서 확인되었다. 지역의 부동산 매물이 동난 것이다. 차가 없는 골목길의 해방감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이 이사를 오겠다며 앞다퉈 부동산을 방문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축제는 축제일 뿐 …… (227쪽) 잘 놀며 자란 아이가 슬기롭거나 아름다운 어른으로 우뚝 선다고 하는 말을 다들 으레 하지만, 정작 노는 아이를 만나기가 어려운 오늘날 이 나라입니다.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아이들이 놀 만한 빈터가 모자랍니다. 한때는 자동차를 댈 터가 모자라다면서 아이들 놀이터를 빼앗은 어른이요, 이제는 손바닥만 한 땅뙈기에 뭔가 뚝딱 올려세워서 장사를 하는 일에 바쁜 어른이에요. 자동차가 늘어 먼길을 수월히 다녀올 수 있어 좋다고 여기는 어른입니다만, 아이들은 굳이 먼길을 다녀올 마음이 없습니다. 제 보금자리에서 마음껏 놀고 싶을 뿐입니다. 자, 생각해 봐요. 먼길을 다닐 적에만 쓰는 자동차가 이 땅을 얼마나 넓게 차지하나요? 차를 대는 터뿐 아니라, 차가 다니는 길이 모두 자동차, 바로 어른들 쓰임새대로 닦은 자리입니다. 자동차가 다닐 일이 없을 적에는 텅텅 비는 그곳은, 바로 아이한테서 빼앗아 어른끼리 노닥거리는 슬픈 자리입니다.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이소영·이유진, 오마이북, 2017)는 아이들을 거느리는 어버이로서 놀이터다운 놀이터를 누리려는 뜻으로 나들이를 다닌 발걸음을 들려줍니다. 다만, 지은이가 아이들하고 다닌 놀이터는 한국에 없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날아가는 독일에 있어요. 지은이는 왜 독일까지 놀이터를 누리려 갔을까요? 아무래도 한국에는 그만 한 놀이터가 없으니까요. 지자체에서 관광시설을 세우는 데에는 어마어마하게 돈을 쏟아붓지만, 막상 아이들이 저희끼리 홀가분하게 뛰어놀 빈터를 두는 데에는 아무 돈을 안 써요. 우리는 이제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어린이 놀이터는 돈으로 올려세우지 않습니다. 어린이 놀이터에는 어른이 아무것도 안 세워 줘도 됩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놀잇감을 마련하기 마련이요, 온갖 놀이도 어린이 스스로 머리를 짜내어 누립니다. 튼튼한 그네를 어른이 세워 주지 않아도 돼요. 아이들이 널을 알맞게 켜고, 나무를 타고 올라서 굵은 나뭇가지에 동앗줄을 드리워서 손수 그네를 누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즐거운 놀이터는, 어른한테도 즐거운 놀이터요 쉼터입니다. 아이가 놀이터를 누리는 곳은, 어른도 보금자리를 지어 기쁘게 누리는 아름다운 삶자리입니다. ㅅㄴㄹ(숲노래/최종규)
아이의 일상은 놀이가 되고, 엄마에게 놀이터는 행복이 된다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로 떠난 놀이터 여행독일 남부 작은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에서 즐긴 아주 특별한 ‘놀이터 여행’. 이 책은 아이가 신나서 뛰놀고, 부모가 마음 편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꿈같은 놀이터 이야기다. 초등학생 융, 유치원생 교, 네 살 꼬시, 칠순의 할머니 도족여사, 그리고 두 가족의 엄마와 아빠들이 이 특별한 놀이터의 주인공이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놀이터다. 아우구스티너 박물관 앞 놀이터, 중앙역 근처 헤르츠예수교회 앞 놀이터, 전망대 끝 놀이터, 생태주거지구 보방의 ‘다섯 개의 어금니’를 포함해 160개의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프라이부르크의 놀이터는 밋밋하고 심심해서 더 특별하다. 알록달록한 최신식 놀이기구는 없다. 나무둥치, 깨끗한 흙, 커다란 바위, 바구니 그네, 미끄럼틀, 작은 철봉이 전부다. 그래도 아이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나무에 오르고 흙장난을 하고 물속을 뛰어다니며 신이 난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놀이터를 완성한다. 생태도시라는 이름답게 생활 속 모든 곳이 자연 놀이터다. 도심의 표정을 만드는 천년 된 물길, 오리와 사람이 함께 헤엄치는 호수, 동물들이 사는 평화로운 마을, 동화에 나올 것만 같은 아기자기한 숲길이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 아이들을 품어준다. 아이들의 삶은 놀이다. 아이들이 연필이고 물감이다. 놀이터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이들뿐이다. 프라이부르크의 놀이터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이들이 놀기 전부터 아름답고 멋진 놀이터는 이상하지 않을까요? 프라이부르크의 놀이터에는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아빠도, 조바심 내며 안 돼, 위험해 를 외치는 엄마도 없다. 학원 차가 올 때까지 쫓기듯 불안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없다. 이 책은 프라이부르크 여행 이야기지만 우리가 사는 곳, 우리 동네와 도시를 더 많이 생각나게 한다. 앞으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야 할 곳은 바로 여기니까. 바로 이곳에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아빠도 가고 싶은 놀이터가 필요하니까.
- 머리말
- 프라이부르크를 읽는 열쇳말
- 프롤로그 | 녹색도시에서 놀이터만 열흘
1장. 도시의 표정을 만드는 물길 놀이터: 아이용 맞춤 물 산책로, 베힐레
사진글1 황새, 그 운명 같은 만남
사진글2 배를 띄워라
사진글3 카페라는 호사
2장. 제멋대로 즐기는 휴식마저 평화로운 곳: 어른, 아이, 오리가 함께 노는 호수 공원, 제파크
사진글1 오리다, 오리!
사진글2 경계 없는 그네
사진글3 조금 심심한 게 좋아
3장. 추억이 담긴 집, 까사 마리아: 우리의 여행-프라이부르크에서 잠자기
사진글1 독일빵집의 추억
사진글2 지붕 아래 노란 방
사진글3 문이 안 열려
사진글4 포크레인이 된 꼬시
4장. 동물들이 사는 마을에서 느긋하게 산책하는 법: 24시간 열려 있는 동물-자연-체험공원, 문덴호프
사진글1 그네가 재밌으려면
사진글2 내가 만드는 놀이터
사진글3 외발 명상쯤이야
5장. 흙을 밟고 나무를 오르는 숲속 동화 나라: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놀이터, 검은 숲 난쟁이길
사진글1 엄마보다 큰 아이
사진글2 떨어져도 괜찮아
사진글3 오롯이 내 힘으로
6장. 모험과 도전이 만든 행복한 맛, 뮌스터 마켓: 우리의 여행-프라이부르크에서 밥 먹기
사진글1 우리가 사랑한 그릇
사진글2 독일 하면 감자
사진글3 참새랑 나눠 먹을래
7장. 꼬리에 꼬리를 무는 놀이터 탐험: 도시의 진짜 주인공은 놀이터
사진글1 스릴 넘치는 바구니 그네
사진글2 광장의 비눗방울 장인
사진글3 왕년에 엄마가 말이야
8장. 다 갖춰진 놀이터엔 없는 즐거움: 미완성의 모험 놀이터, 룸펠하우젠
사진글1 벗는 게 좋아
사진글2 카메라가 낯선 사람들
사진글3 타잔은 아무나 하나
9장. 닮은 듯 다른 도시, 콜마르와 바젤: 우리의 여행-프라이부르크에서 이웃 도시 나들이
사진글1 안전하게 걸어요
사진글2 약국이 제일 좋아
사진글3 독일이 그리웠어
10장. 엄마 아빠의 손끝에서 완성된 다섯 개의 놀이터: 생태주거지구 보방
사진글1 버드나무 궁전
사진글2 형아의 좌절
사진글3 엄마의 흙장난
11장. 일하는 기쁨,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곳: 유치원생도 어엿한 일꾼, 보방 어린이 모험농장
사진글1 여기를 두고 휴가를?
사진글2 새로운 이웃을 얻는 법
사진글3 포도나무 덩굴 커튼
12장. 푸른 다리 위에서 청춘을 노래하라: 우리의 여행-프라이부르크에서의 삶
사진글1 체력의 끝은 어디인가
사진글2 태양의 선물
사진글3 온 마을의 축제
13장. 이 도시의 심장은 어린이를 위해 뛴다: 아이의 눈높이로 아이를 행복하게
사진글1 무엇에 더 놀라야 하지?
사진글2 아이가 놀고 있어요
사진글3 어린이용 카트가 좋아
- 에필로그 | 놀이터에서 찾은 행복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