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가 묶여 있는 단편 동화집이다. 출간 된 지 꽤 오래 됐지만 표제작이 수록된 중학교 교과서가 있어서 중학생 권장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게 했더니 의외로 재미있다고 해서 걱정을 덜었다. 그러나 이 책을 재미있게만 읽기에는 그 의미가 크다. 그래서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책 이야기를 오래 풀어놓았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아이들이다. 하지만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욕구 불만을 늘어놓는 아이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어쩌지 못하는 일 때문에 걱정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특별히 뛰어난 형제 때문에 주눅이 든 아이의 초라한 모습이나 학급 반장이 꼭 공부를 잘해야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문제는가벼운 편이다. 남아선호사상에 젖어 있는 할머니의 차별에 서운해하는 것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면서 요즘은 다르다는 걸 내심 뿌듯해하면서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가난의 무게를 자신의 어깨에얹고 어린 머리를 굴려서 불안한 거짓말을 늘어놓거나, 실직과 사기 당한 것 때문에 절망에 빠진 아버지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어린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마음을무겁게 했다. 부모의 이혼과 가난, 장애로 고아원에 맡겨진 자매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어쩌면 이런 짐을 아이가 감당해야하는지 무척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주인공들의 행동을 보고, 좋을 때 서로 웃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때 기꺼이 도와주는 것이 친구라는 것을기억했으면 했다.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이면에 담긴 진심을 알아볼 수있다면 사춘기의 예민함 속에서도 조금은 더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힘든 현실을 피해보려고 거짓말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속에 파묻혀 불안해 하는 주인공을 보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것이 자신을 지키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에게 손을 잡아 온기를 나눌 줄 알고, 진심이 담긴 한 마디 말이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가끔씩 생활에 지친 부모님을 위로 할 줄 아는 철든 자식이 되지 않을까. 이런 바람을 갖고 이제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표제작인 <할머니를 따라 간 메주>는 다른 내용보다 좀 편하게 읽었다. 고부간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손녀인 은지가 끼니 마다 된장찌개를 찾는 모습은 다른 주인공과 비교해서 귀엽기(?)까지 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아이들이 겪기에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많았다. 아이들이 어른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미안하고 난처하며 부끄러운 일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문제를 던져주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도 좋을 내용이어서 어른들이 읽어도 의미가 있겠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할머니와 직장에 다니는 엄마 사이의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가는 손녀 은지의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를 비롯해 아이들의 감성을 섬세하고 현실감있게 그려낸 강가의 아버지 은희야 은희야 등 7편의 동화를 엮은 오승희 작가의 동화집.
1. 내 친구 용우
2. 하얀 깃발 우리 집
3. 우리의 반장
4.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5. 짝짝이 신발
6. 강가의 아버지
7. 은희야 은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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